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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칼럼] 매화(梅花):리더스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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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칼럼] 매화(梅花)

천지인 | 기사입력 2023/02/26 [10:01]

[천지인 칼럼] 매화(梅花)

천지인 | 입력 : 2023/02/26 [10:01]

▲ 천지인 논설위원[사진=리더스인덱스]  ©


[천지인 칼럼] 매화(梅花)

겨울을 극복한 춘심이 움을 틔우려 할 때 매화(梅花)는 꽃을 피기 시작하여 봄소식을 알려주고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꽃이다.

 

그러므로 매화는 불행을 견디게 해주는 꽃이요 인생의 세한(歲寒)을 극복하는 상징이다.

매화(梅花)가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눈 속에서 피는 설중매(雪中梅)’로 얼어붙은 땅 위에서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낸다.

 

 

은은한 향내와 함께 시든 가지에 피는 꽃의 모습과 나무의 품격이 선비의 기개를 닮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사군자 중 으뜸으로 치기도 했다

김진섭(金晋燮)이 매화찬(梅花讚)에서 말한 구태여 한풍(寒風)을 택해 피어서가 아니어도 매화나무는 네 가지 고귀함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함부로 번성하지 않고 희소함이 귀함이요,

둘째로 어린 나무가 아니고 늙은 나무 모습이 귀함이요,

세째로 살찌지 않고 홀쭉 마름이 귀함이요,

네째로 활짝 핀 꽃이 아니고 오므린 꽃봉오리가 귀함이라

 

이처럼 춘한(春寒) 속에서 홀로 핀 고고한 자태는 유교적 차원에서 선비의 굳은 지조와 절개를 즐겨 비유하였다.

그리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많이 재배되기도 했다.

 

"매

매화

얼음뼈

옥같은 뺨

섣달이 다 가고

봄이 오려 하는데

북쪽은 아직 춥건만

남쪽 가지 벌써 피었네

아침엔 안개가 빛 가리고

저녁엔 달 그림자 배회하네

차가운 꽃술 대숲을 넘나들고

그윽한 향기 금술잔에 스며드네

흰 꽃잎 추위에 떠는 모습 안쓰럽고

바람에 날려 이끼에 지니 애석하구나

굳은 절개 맑은 선비에 견줄 만함 알겠고

드높은 기개는 어찌 뭇 사람에게 비유하랴

홀로 있기 좋아서 시인이 오는 것은 용납하지만

드러남을 싫어하여 미친 나비 찾아옴은 허락지 않네

묻노라 묘당에 올라 정사를 맡아 권세를 누리는 것이

어찌 임포가 놀던 서호의 위 고산의 구석만 하겠는가"

 

이 매화시는 조선조 선조조에서 광해조 초기문인 권필(權韠)석주집(石州集)에 남긴 특이한 탑모양으로 글자를 배치하였기에 보탑시(寶塔詩)이다.

 

이 시() 마지막 구에는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아 길렀다는 매처학자(梅妻鶴子) 임포(林逋)의 삶을 상찬함으로써 고상한 매화의 운치를 그려내고 있다.

 

 

또한 이호우 시인은 아프게 겨울을 비집고 봄을 점화(點火)한 매화(梅花)”라고 매화(梅花)를 노래하였다.

매화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퇴계(退溪) 이황(李滉이다.

 

 

그는 매화시를 가장 많이 남긴 작가로, 스스로 참으로 매화를 아는 사람(眞知梅者)’이라는 칭호를 짓기도 했으며, 자신의 매화시첩(梅花詩帖)으로 꾸몄는데, 여기에는 모두 62() 91()의 매화시가 수록되어 있다.

 

 

그의 유별난 매화(梅花) 사랑은 고통과 추위를 겪은데서 온다는 매화(梅花)의 고운 향(梅花香自苦寒來)과 기품 때문이리라.

여기에 적힌 내 평생 즐겨함이 많지만, 매화를 혹독하리만큼 사랑한다.”라는 문구와 더불어 다음의 시 또한 퇴계의 매화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前身應是明月 내 전생은 달이었지.

幾生修到梅花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기운이 차가운데

매화가지 끝에는 둥그렇게 달이 떴다.

살랑살랑 미풍을 기다릴 것도 없이

온 집 안에 맑은 향기가 절로 가득하다.

 

 

단양군수 시절 관기였던 두향은 퇴계선생을 흠모했지만 매화이외에는 곁눈조차 주지 않는 어른인지라...

두향은 갖은 노력 끝에 기품 있는 매화 한 그루를 찾아 그 매화를 선생에게 바쳤고 선생의 마음을 얻었다.

두향의 매화는 선생이 새 임지로 떠나면서 도산으로 옮겨져 명맥을 이었지만,

단양에 홀로 남았던 두향은 수년 뒤 선생의 부음을 듣고 자진했다고 한다.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 不賣香) 했듯이

이처럼 우리 조상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매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지조를 버리지 않고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합장

 

▲ [사진=천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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