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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창사 75년 만의 첫 상속 분쟁’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쟁점의 핵심은 상속절차의 위법성
- 경영권 분쟁은 제한적

박주근 기자 | 기사입력 2023/03/15 [09:10]

LG家 ‘창사 75년 만의 첫 상속 분쟁’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쟁점의 핵심은 상속절차의 위법성
- 경영권 분쟁은 제한적

박주근 기자 | 입력 : 2023/03/15 [09:10]

▲ 구광모 LG 회장     ©LG그룹 제공

Q1. LG그룹이 1947년 창업 이래 75년간 경영권-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안정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경영권 승계 과정을 밟아왔다. 1947년 창업 이래 4세대를 지나온 LG그룹 오너 일가가 75년 만에 처음으로 상속 분쟁에 휘말리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69년 세밑에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작고했을 때 재계에서는 함께 사업을 일으킨 첫째 동생 구철회 씨가 총수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구철회 회장은 LIG그룹으로 분리하고 5형제는 장조카인 구자경 씨(현 LG그룹 명예회장)를 회장에 앉혔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아닌 구광모 상무가 후계자로 선택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Q2, LG그룹, 4년 전에 잡음없이 상속 문제가 정리됐는데 왜 갑자기 재산분쟁에 휘말리게 된건지? 그 발단.. LG그룹 오너 일가 사이에 균열이 나타난 건 언제 부터였나? 

 

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씨 측으로부터 첫 내용증명 서류를 받았다. 법률 대리인도 지정하지 않았고, 제목도 없는 내용증명이었다. 김 여사 측은 법정 상속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상속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구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다른 요구사항이 있으면 고려하겠다는 뜻은 전했다고 한다. 

 

 이후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도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LG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2018년 별세한 후 상속인들은 상속세를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는데 5회차인 지난해 11월 구 대표 측이 세금을 납부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당시 구 회장이 연체를 막기 위해 (상속세를) 대납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를 계기로 유산 다툼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 측은 올 초 2회에 걸쳐 다시 내용증명 서류를 보냈고, 구 회장 측이 이에 답한 지 2주 정도 뒤인 지난달 28일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Q3.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부인과 두딸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 소송의 핵심은 무엇인가? 

 

 “상속회복 청구소송은 상속의 ‘위법성’이 쟁점이다.  주로 상속재산 분쟁이 발생하면 상속재산 분할 심판청구나,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족끼리 분할 협의가 어렵거나 고인의 유언, 사전 증여 등으로 유산을 적게 받았거나 아예 못받았을 때, 상속인으로서 정당한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 상속회복 청구소송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이번에 LG 오너 세모녀가 제기한 상속회복 청구소송은 상속재산의 많고 적음보다 '상속권 침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4년 전 합의 당시 상속을 받는 당사자들이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 모녀 측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척기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민법상 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다. 

 

Q4. 상속에 대한 LG가와 세모녀측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각각 어떤 입장인지? 

 

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측이 유언장 유무조차 모른 채 유산분할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LG 측은 유언장 유무와 관계없는 적법한 상속이었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LG 지분과 개인 재산을 나눠 관리해왔고 경영권과 관계된 지분만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았다는 주장이다. 

 

세 모녀는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2조원대 유산 가운데 약 5000억원을 상속받고, ㈜LG 지분 11.28% 가운데 8.76%를 구광모 회장이 받았다. 구연경 대표는 2.01%, 구연수 씨는 0.51%를 상속받고 김영식 여사는 지분을 받지 않았다. 김영식 여사의 경우 당시 지분을 상속받지 않겠다는 자필 서명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는 LG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한 2000년대 초반 이미 4.12%대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

 

Q5. 만약 세모녀가 구광모 회장과의 재판 결과에 승소했다 가정하고 지분을 더하게 되면 세모녀의 지분이 구광모 회장을 앞서게 되는데 이번 소송이 재산 분할을 넘어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 어떻게 보시는지? 

 

 경영권 분쟁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김영식씨 등이 승소해도 경영권을 흔들 수있는 정도는 아니다.

지 지분은 구광모(45) 회장(15.95%) 등 특수관계인이 41.7%를 보유 중이다. 김씨와 딸 구연경(45) 엘지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27)씨는 각각 4.2%, 2.92%, 0.72%를 갖고 있다. 김씨와 딸들이 소송에서 100% 이긴다면 엘지 지분율이 각각 7.96%, 3.42%, 2.72%로 늘어난다. 다 합쳐도 14.1%로, 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크게 못미친다.

 

단, 원고 승소로 LG 지분이 재조정 되더라도 구본능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3.05%를 비롯해 그의 형제들인 구본식 LT그룹 회장(지분율 4.48%), 구본준 LX그룹 회장(2.04%) 등의 지분이 구광모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Q6. 구광모 회장의 여동셍 상속세를 대납하는 등 화합 노력을 펼쳤음에도 상속 분쟁이 발생했고... 이에 LG측은 “LG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건 용인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했는데 LG가 첫 상속 분쟁, 장기화 될까...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시는지? 

 지난해 7월 구광모 회장이 관련 내용증명을 받으며 문제가 불거졌는데 내부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아 법적 소송까지 간 것이라면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분쟁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해 온 LG그룹에서 지난 2021년 LX그룹의 계열분리 작업의 마침표를 찍자 경제계에서는 수십여 년 동안 가족 간 화합을 몸소 실천한 LG가(家)를 향해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이랬던 LG그룹이 불과 2년 만에 '가족 간 상속 다툼'이라는 아쉬운 꼬리표를 달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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