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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칼럼] 진달래 (1)... 아낌없이 주는 꽃:리더스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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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인 칼럼] 진달래 (1)... 아낌없이 주는 꽃

천지인 | 기사입력 2023/03/19 [14:18]

[천지인 칼럼] 진달래 (1)... 아낌없이 주는 꽃

천지인 | 입력 : 2023/03/19 [14:18]

▲ 천지인 논설위원[사진=리더스인덱스]  ©


[천지인 칼럼] 봄이 오면 진달래꽃들이 붉은 분홍빛으로 갑자기 터뜨리는 함성과도 같이, 산과 들에서 눈부시게 화안이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을 반긴다.

연분홍 꽃들이 부는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느라면 누구라도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 꽃"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이 시()는 이별의 슬픔의 한()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간결하지만 임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헌신, 체념이 녹아있다.

떠나는 임을 위해 꽃을 뿌리는 행위가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까닭은, 임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사랑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불가에서 말하는 산화공덕의 의미(意味)가 함축되어있기 때문이다.

 

봄철 산에 지천으로 피어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꽃이 바로 진달래꽃이지만, 이꽃은 결코 점잖거나, 얌전한 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겨우 내내 추위 속에 억눌렸던 감정을 봄과 함께 내뿜으며 주체할 수조차 없는 춘정(春情)을 가진 야성(野性)적인 꽃인 것이다.

그래서 짝없는 여인네가 봄바람에 더욱 까닭 없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원인제공의 주인공이 진달래꽃이기도 하다.

 

진달래가 더욱 좋은 것은, 붉은색은 정열(情熱)과 환희(歡喜)의 색이나, 너무 붉으면 천박스럽건만, 이 꽃에는 흰빛이 가미되어 있는 분홍빛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진달래 빛은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색()이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서 조상들은 진달래를 정원에 옮겨다 심어놓고 봄을 음미했는데, 돌과 돌 사이에 심어야 더욱 제멋이 나며, 새봄 문풍지를 갈 때에도,

진달래 꽃잎을 따다가 창호지 사이에 넣어 붙여놓고 운치 있는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옛날 배고픈 시절 애 어른 할 것 없이 진달래꽃을 따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도 했으나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다시 배고픈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나이든 분들도 계시리라.

지금은 모두가 배불러서 살 빼느라고, 살 안 찌려고 애들을 쓰고 있지만,

한 세대 전만 해도 꽃조차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이요, 먹을 수 없는 것 철쭉은 개 꽃이라 하였다.

합장

 

▲ [사진=천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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