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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마이웨이] 최삼경 장편소설/붓, 한 자루의 생/달아실(2023)

김홍성 | 기사입력 2023/05/07 [11:27]

[김홍성 마이웨이] 최삼경 장편소설/붓, 한 자루의 생/달아실(2023)

김홍성 | 입력 : 2023/05/07 [11:27]

▲ 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김홍성 마이웨이] 내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성품의 빛깔이 유현하더니! 저녁 산그늘 같은 말간 글로 독자의 깊숙한 곳을 건드리고 다독이던 최삼경 작가가 기어이 일을 냈다.

 

'붓으로 호구를 해결했던 화가' 호생관 최북의 외전(外傳)을 또 하나 보탠 것이다. "사실이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되고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된다"(이병주)고 하듯 일사(逸士)에 가려진 조선의 기인 화가의 삶을 이렇듯 야무진 직조처럼, 십자수처럼 올올이 치밀하게 엮어내 세상에 내놓다니! 역시나 허접한 소원 따위야 저만치 내던진 채 임원(林原)에서 교양을 갖추며 한평생을 마칠 것 같은 풍모의 문사에서나 나올 문장의 솜씨가 아닐 수 없다. 관찰의 미더움과 따뜻한 상상력이, 평정과 여유, 관조와 지혜가 도처에서 빛난다.(발문 344 쪽 화가 이광택)*

 

최북에 대한 논문은 많지 않았으나 그가 젊은 시절 만주 쪽을 한바퀴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우리 민족의 시원이랄까, 우리의 국토를 넓혀 보고 싶어서 저 샤먼의 태동이라는 바이칼 호수까지 나아갔다.

 

나름 최북이라는 예술가가 처한 사회적 상황과 예술적 고민을 잘 버무려 멋진 캐릭터 하나 만들어보고 싶었으나 다시 읽어봐도 욕심뿐이었던 것 같다. 혹여 이 소설에서 조금이라도 재미나 고민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면 순전히 그동안 나에게 애정 어린 눈길과 손길을 주신 분들의 공덕이다. (작가의 말)*

 

그나마 술이 아니었다면 어찌 이 세상을 버텨왔을 것인가. 그래도 봄이면 산에 들에 꽃이 피니 이 얼마나 고맙고 또 경이로운 일인가. 하여 지금 그가 구상하고 있는 것이 그 유명한 시구(詩句) '공산무인 수류화개( 空山無人 水流花開)'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이미 당나라 때부터 많이 쓰인 시구절이고 산()이 곡()으로 된다거나 개()가 사()로 변용되기도 하면서 후대로 계속 이어졌지만 그중 유명한 것은 송나라 때 대문호 소동파의 '십팔대아라한송( 十八大阿羅漢頌)'에 나오는 대목을 꼽는다. 또한 비슷한 시기 송나라 시인 황정견이 쓴 시 '수류화개(水流花開 )_도 널리 알려졌다. 

 

북은 '가없는 푸른하늘에(萬里靑天)구름 일고 비 오는데(雲起雨來), 빈산에 사람 없어도(空山無人)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네(水流花開 )'라는 황정견의 시구를 떠올리다가 시인이자 문사였던 왕유(王維)'녹채' 중 한 구절도 떠올렸다. '공산불견인(空山不見人), 단문인어향(但聞人語響), 빈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사람의 말소리만 들려오네.' 어찌됐든 '공산무인 수류화개'는 지금도 저 산중에서 벌어지는 필시의 일이었다. 북은 지금까지 자기가 듣고 본 이 모든 정조들을 모아 그림으로 완성해볼 생각이었다. (본문 293)

 

▲ [사진=김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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