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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앵글세상] 검은 광부의 얼굴을 기록한 ‘광부일기’

조문호 | 기사입력 2024/07/21 [05:16]

[조문호 앵글세상] 검은 광부의 얼굴을 기록한 ‘광부일기’

조문호 | 입력 : 2024/07/21 [05:16]

▲ 조문호 사진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조문호 앵글세상] 검은 광부의 얼굴을 역사 속에 기록한 광부일기

 

세계 사진사에 전무후무한 광부 사진가 전제훈의 광부일기가 인사동 인덱스에서 열리고 있다.

아무리 바쁘고 힘이 없어 비실비실 하지만 이 전시만은 빠질 수가 없었다. 취재하듯 막장에 한두 번 들어가 찍은 사진이야 흔하지만, 광부인 당사자가 기록한 사진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아파보지 않고 아픈 사람 심정 알 수 없듯이, 직접 체감해 온 현장이니 어찌 심금을 울리지 않을 수 있겠나? 기록사진이란 얄팍한 재주로 찍는 기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처럼 사진에서 사람 냄새가 나야 한다.

 

 

전시가 열리는 지난 17일 정동지로부터 전시 보러 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반가운 분 들과 술 마실 생각에 부리나케 뛰쳐 나왔는데, 나와보니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다시 4층까지 고생하며 올라가는 것보다 비 맞는 게 나을 상 싶었다. 비 피하느라 꾸물댔더니, 정동지가 먼저 와 있었는데, 태백에서 온 전제훈씨와 박종호씨를 비롯하여, '눈빛출판사'의 이규상씨와 '인덱스' 안미숙관장, 그리고 사진하는 최영귀씨와 이창수씨도 있었다.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니, 광부의 모습이 이전보다 더 당당해진 것 같았다. 전제훈씨의 꾸준한 작업에서 의식의 변화를 끌어 냈겠지만, 어쩌면 매일 만나는 동료니까 편하게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사진이란 넝마주이처럼 돌아다니며 줍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며 찍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전제훈씨가 일하는 마지막 광업소도 5년 후에 폐광한다니, 폐광과 함께 전제훈씨 작업도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탄광의 역사가 오롯이 전제훈씨에 의해 기록된 것이다. 문제는 전시장은 물론 사진집 어디에도 광부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았다.

 

자랑스러운 광부의 이름을 왜 기록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전제훈씨는 함께 일하는 동료라 이름은 물론 집안 사정까지 훤히 알고 있을텐데... 역사적 기록은 구체적이어야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사람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서라도 다음 작업부터 꼭 밝혀 주길 바란다.

 

 

전시를 관람한 후 함께 어울려 부산식당으로 자리를 올겼다. 모처럼 부산식당 생태찌개로 술한 잔 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규상씨 마저 술을 끊어 점점 재미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죽을 날이 가까워 우짜던지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재미있게 살 술친구들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각설하고, 상세한 전시리뷰는 정영신 동지가 서울문화투데이에 올린 아래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작가를 만나보려면 오는 20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를 활용하면 되고, 전시장에 들릴 시간이 없으면 눈빛에서 출판한 사진가선 광부일기‘ (가격15,000)를 보시면 된다.

검은 광부의 얼굴을 역사 속에 기록한 광부일기

 

▲ [사진=조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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