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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이 대기업 다양성지수 상승 동력…여성임원 비중 7% 넘어서

WIN-리더스인덱스 대기업 다양성지수 발표…올해 5회째
여성 등기임원 증가율 높지만 사외이사 쏠림…남녀고용 비중 차이 여전해

박주근 | 기사입력 2024/09/10 [09:06]

자본시장법 개정이 대기업 다양성지수 상승 동력…여성임원 비중 7% 넘어서

WIN-리더스인덱스 대기업 다양성지수 발표…올해 5회째
여성 등기임원 증가율 높지만 사외이사 쏠림…남녀고용 비중 차이 여전해

박주근 | 입력 : 2024/09/10 [09:06]

국내 500대 기업의 다양성지수가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을 기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임원 비율이 처음으로 7%를 넘어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여성고용 비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개정된 자본시장법 영향으로 주요 기업의 여성 임원이 꾸준히 늘면서 대기업 양성평등 지수는 개선됐지만 여성고용 비중이나 연봉격차, 근속연수 변화는 크지 않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상층부 변화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위민인이노베이션(Women In Innovation·WIN)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내 주요 기업 다양성지수 평가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다양성 지수는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53개사를 대상으로 ▲남녀고용 비율 ▲근속연수 차이 ▲연봉 차이 ▲남녀임원 비중 ▲등기임원 내 남녀비중 ▲고위임원 남녀비중 등 6개 항목을 평가해 매긴다. 올해 이들 기업의 양성평등지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4.7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51.7점)에 비해 3.0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고려없이 최종점수 기준으로 우수기업을 평가하던 종전 방식에서 올해부터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업종 내 우수기업 평가결과, 전년 대비 개선 우수기업을 각각 선정했다. 산업분류표의 22개 업종을 △생활용품(생활, 의류, 유통, 상사, 운송) △금융(금융지주, 은행, 보험, 증권, 카드) △소재(철강, 석유화학, 에너지, 2차전지) △기계(자동차, 조선, 기계설비) △ICT서비스(IT전기전자, IT서비스, 통신) △건설(건설 및 건자재) △공기업 △제약 등의 8개로 구분해 분류했다. 

 

그 결과 다양성지수 업종별 우수기업으로 신세계인터내셔널, 신한지주, 영원무역, 유진기업, 크래프톤, 풍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미약품, 한세실업, 현대케피코 등 10개사가 선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 금융, 생활, ICT서비스 순으로 다양성 점수가 높았고 건설, 공기업, 기계 등은 점수가 낮았다. 


항목 중에서 가장 향상된 부분은 여성임원 비중이다. 500대 기업 여성임원 비중은 2019년 3.9%에 불과했으나 2024년 7.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자본시장법 통과 이전에 3%대 머물던 여성임원 비중이 법 개정 이후 2021년 5.5%, 2022년 6.3%, 2023년 7.0%, 2024년 7.3%로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등기임원 중 여성 증가률은 더욱 높았다. 2019년 2.9%였던 여성 등기임원이 올해는 11.3%를 기록하며 3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한 등기임원 대부분은 사외이사들이었다. 2020년 5.5%였던 여성사외이사 비중이 올해 16.4%로 10.9%포인트(p) 커졌다. 이에 비해 여성 사내이사 비중은 2020년 2.0%에서 올해 3.8%로 1.8%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대기업들의 생색내기식 이사회 구성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시행된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6개 평가항목 중 가장 개선이 더딘 부분은 기업 내 여성직원 비중이었다. 조사대상 대기업들의 여성직원 수는 2019년 34만651명으로 전체 직원(130만571명)의 26.2%였으나, 팬데믹을 지나며 2020년 26.4%, 2021년 25.1%, 2022년 25.5%로 축소됐다. 이 기간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 생활용품 업종에서 인력을 줄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는 여성직원 비중이 26.2%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직원 고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이처럼 여성직원 고용 비중은 정체됐지만 남녀 근속연수 차이와 남녀 연봉격차는 자본시장법 전후를 기점으로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 대기업의 남성직원 평균근속연수가 2018년 11.3년에서 2023년 11.6년으로 2.3% 길어진 사이, 여성직원은 8.1년에서 8.7년으로 7.4% 늘어나 격차를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속연수 차이가 줄어듦에 따라 연봉격차도 작아졌다. 같은 기간 남성직원 평균연봉이 8360만원에서 1억160만원으로 19.4% 늘었고 여성직원 평균연봉은 5290만원에서 6980만원으로 27.1% 상승해 남성 대비 7.7%p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여전히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 대비 75%에 머무르고, 여성 평균연봉도 남성의 68.7% 수준이라 성별에 따른 격차가 뚜렷이 나타난다.

 

서지희 위민인이노베이션(WIN)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여성임원 증가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임원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민인이노베이션과 리더스인덱스는 2020년부터 양성평등 우수기업을 평가해 'WIN-어워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제5회 WIN-어워드 시상식은 9월 10일 오후 4시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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