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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마이웨이] 시인 윤중호. 그리고 <윤중호 시전집 詩>:리더스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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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마이웨이] 시인 윤중호. 그리고 <윤중호 시전집 詩>

김홍성 | 기사입력 2024/02/25 [09:25]

[김홍성 마이웨이] 시인 윤중호. 그리고 <윤중호 시전집 詩>

김홍성 | 입력 : 2024/02/25 [09:25]

▲ 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김홍성 마이웨이] 시인 윤중호(1956~2004). 그리고 <윤중호 시전집 詩>

 

오늘 아침 도착한 시집을 여기저기 펼치면서 읽는다.

어느 한 작품 무심하게 넘길 수가 없다.

 

 

시골 출신이되 고향다운 고향을 갖지 못한, 아니 고향다운 고향의 그림조차 제대로 그려 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의 어정쩡한 삶은 그의 시들이 뿌리내린 '대지의 상상력' 앞에서 그지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각박한 도시의 거리에서는 윤중호도 벌어 먹고 살아야 했던 한낱 소시민.

윤중호 자신의 시적 자화상을 노래했다고 여겨지는 연작시 <靑山을 부른다>를 읽는데, 거기 박힌 시인의 외로움이 표창처럼 얼굴로 날아와 소름을 돋게 만든다.

 

 

참 소름 끼치게 외로웠겠구나

덧정 없는 세상의 옷을 벗어버리고, 돌아와

낯선 골방에 앉을 때마다……

30촉짜리 백열등에 흔들리는

저 그림자가

靑山이었던가?

― 「청산을 부른다 15전문

 

시인 윤중호가 마주했던 덧정 없는 세상은 어떤 것이었던가. 다시는 되풀이 살고 싶지 않은 이 망가진 세상으로부터 그가 돌아가고자 했던 진정한 세상으로서의 고향은 이제 영구히 회복 불능이자 도달 불능인가. 그 절망 앞에서 그도 결국 술꾼이 되어 자신을 달랠 수밖에 없었던가.

 

몸이 아프다

내가 알고 있던 주량酒量

내 몸이 지탱할 수 있는 주량이

자꾸 벌어져서

다음날 대낮까지 허우적거린다.

내가 살아가리라 했던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의 온갖 게 엇물려

세상이 내 속에서 들끓고

내가 세상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찬 서리에 땡감은 익어가는데

떫게, 더 떫게 입맛을 다시는 겨울 아침.

― 「술노래전문

 

시인이 작고하고 난 이듬해 유고시집 <고향길>(2005)이 나왔고, 여기에 그의 대학시절 스승이자 그후 의논 상대하며 동지가 되었던 고 김종철 선생이 발문을 달았다. 꽤 오래된 글인데도 바로 오늘 쓴 것처럼 생생하게 읽힌다.

 

 

저 세상에 만난 두 사람이 이 난세를 내려다보며 뭐라고 탄식을 할지, 떫게 입맛 다시는 겨울 아침, 그래도 김종철과 윤중호가 남겨놓은 활자들을 읽으며 생()의 유한과 유한한 생 안에서 건져낸 생각들의 깊은 무한에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염무웅 발췌)

 

▲ [사진=김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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