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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마이웨이] "나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홍성 | 기사입력 2024/07/28 [08:39]

[김홍성 마이웨이] "나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홍성 | 입력 : 2024/07/28 [08:39]

▲ 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김홍성 마이웨이] "나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객지를 떠도는 여행자로 살 때에는 비바람도 천둥번개도 후련하기만 했는데 내 손이 부단히 가야만 유지되는 독자적인 산중 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비바람 천둥번개를 후련하게 느껴볼 사이도 없이 불안이 엄습한다.

 

 

재작년 태풍 때처럼 잣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을 끊고 길을 막고 집을 덥치지 않을까, 녹슨 양철지붕이 바람에 뜯겨서 휘리릭 날아가지 않을까, 간신히 복구해 놓은 비탈길이 빗물에 패여서 차량 통행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몇 달 전처럼 벼락이 떨어져 보일러와 수중 모터의 컨트롤 박스나 센서를 고장 내지는 않을까 ......

 

내 방 앞을 서성이는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눈을 뜬 오늘 새벽에도 그랬다. 잠결에 들었던 그 소리는 다만 세찬 비바람 소리였으며 날이 밝도록 걱정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고추 줄기와 토마토 줄기가 거의 다 자빠졌다. 여행자로 살 적에는 비 그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산책이었다. 비가 씻어낸 깨끗한 길을 걸으며 청량한 바람을 맨살로 느끼는 일은 얼마나 황홀했던가......

 

그러나 이제는 우선 자빠진 고추 줄기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기왕이면 김도 매야한다. 청춘을 관광객처럼 혹은 도망자처럼 살면서 노년에 이르렀으니 평생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뭣 빠지게 고생한 분들의 흉내라도 좀 내야하지 않겠는가 ?

 

"나는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내 고통에 의미가 없을 것을 두려워할 뿐이다.“

 

▲ [사진=김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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