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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마이웨이] 네 눈물을 믿지 마... 김이정 소설집

김홍성 | 기사입력 2024/08/11 [11:39]

[김홍성 마이웨이] 네 눈물을 믿지 마... 김이정 소설집

김홍성 | 입력 : 2024/08/11 [11:39]

 

▲ 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김홍성 마이웨이] 네 눈물을 믿지 마

 

 

코로나로 바다 건너가 가고프다는 사람들의 푸념이 술 안주로도 효용을 잃어가는 요즈음

이런 공항 장애를 치유할 책을 읽었다.

영국 런던, 스페인 케르니카, 인도 캘커타, 포루투칼 리스본, 베트남 퐁니, 하미 서울 고시원 등.......

 

김이정 작가의 소설 8편에 나오는 도시들은 그러나 한결같이 을씨년하고 불편하고 외롭다.

어차피 사는 것들과 연관된 것이 소설이려니 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역시 한명도 일상의 행복을 누리는 일이 버거운 사람들이다.

 

그들의 운명이 가혹하고 딱하여 하나씩 호명을 해 보자면. 닷새에 한번씩 돈을 막아야 하는 나,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를 둔 나, 급성 백혈병을 묻고 온 나, 잘 나가는 사업이 망해 위장이혼을 하고 고시원에서 연명하다 쓰러진 나, 남베트남 퐁니에서 살다가 아빠와 같은 편이라 친절했던 한국군의 총격을 받고 죽는 나, 그 고시원에서 쓰러진 남편을 잃고 무작정 게르니카를 찾은 나, 위암 2기 수술을 앞두고 영국에 사는 친구를 찾아 간 나, 연인을 찾아 남인도를 찾아 비로소 전화번호를 지우는 나......

 

 

이렇게 소설집에는 무수하고도 낯익은 많은 나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고투를 벌이고 있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 하나. 그래도 여행을 할 수는 있어 다행이구나. 비록 그것이 잠깐의 순간일지라도 아무것도 비빌 데 없는 사람들에게 놓인 숨구멍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물을 마시다가 그렇지만, 모든 여행의 속성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잠시의 숨구멍에서 심호흡을 하고 오면 머 조금은 나아질지 모를 일이다만 문제는 작중의 주인공을을 억누르는 일들이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일이다. 기실은 왕복표를 사갖고 간 주인공도 많지는 않았겠다는 부수적 생각도 들었다지만 이건 좀 엇나간 사족의 느낌.

 

 

나로서는 베트남을 소재로 한 소설이 좀 이색적이었다. 왠지 모를 죄의식이 발동되면서 읽은 두편의 소설인 하미연꽃과 퐁니. 각각 화자의 시점은 다르지만 우리와 다를 게 없는 베트남 민중들의 삶을 그려냈다. 우리의 6. 25가 그랬듯 그들의 베트남전이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다.

 

1968년이면 우리나라도 그리 잘 살지 못하는 국력이었고, 미국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참전이었을 것이지만, 아 가해자였구나 하는 자각을 두드려준다. 기왕에 '소녀상'을 만든 친구이기도 한 김운성 작가가 2016년 베트남에 속죄의 뜻으로 '베트남 피에타'를 설치했다는 얘길 들으며 한없이 막걸리를 먹었던 일도 생각났다.

 

권력은 그 속성상 무차별의 폭력을 휘두를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아무나 권력을 잡아서는 안된다. 작금의 울나라 명명되는 대선후보들을 보면서 팔할이 명함조차 내밀면 안될 작자들이지 않은가. 아무튼 지난 주말, 더위를 잊게 한 처방전이었던 소설집, 제현의 일독을 권한다. (최삼경 발췌)

 

▲ [사진=김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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