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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앵글세상] 서울 풍경도 요지경이다.

조문호 | 기사입력 2024/08/18 [05:59]

[조문호 앵글세상] 서울 풍경도 요지경이다.

조문호 | 입력 : 2024/08/18 [05:59]

▲ 조문호 사진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조문호 앵글세상] 서울 풍경도 요지경이다.

 

 

올여름 날씨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아산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 와 방문을 여니 뜨거운 열기가 확 밀려온다. 그동안 옥상에서 달구어진 열기를 선풍기로 식혀주지 못했으니 찜질방이 되어버린 것이다. 방바닥은 마치 보일러를 켜 놓은 듯 따끈따끈한데, 방안 열기로 땀이 팥죽처럼 흐르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나의 업보인 것을...

 

 

알몸으로 버티며 칸칸이 누워있는 쪽방 사람들을 보니 문득 인간사육장 같은 비애감이 몰려왔다. 단지 가난한 부모를 만났거나 돈을 벌지 못했을 뿐인데,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 이렇게 처참하게 목숨을 연명한단 말인가? 나야 아산 작업실도 있고 걱정해 주는 식구라도 있지만, 다른 분들은 의지할 곳도 갈 곳도 없는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들이다.

 

고생스러운 삶의 환경이야 다를 바 없으나 심리적 패배감은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들과 똑 같은 처지에서 살며 문제점을 말하겠다는 취지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빈민들의 비참한 삶과 달리 티브이에 나오는 정치꾼들 보면 구역질이 난다. 말이야 민생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하나같이 도둑놈이고 위선자들이다. 이젠 하다못해 친일파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이어 광복절 경축식까지 반쪽이 된 지경에 이르렀는데, 친일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보수는 친일이라는 아주 나쁜 프레임으로 편 가르는 짓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가 없다.

 

방에 있으려니 찜질방 열기에다 속에서 까지 열이 차 죽을 것 같아 공원으로 나갔다. 이젠 공원에 쿨링포그를 설치해 시원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때 마침 김상진씨가 땀에 젖은 모습으로 나타나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교회에서 빵과 생수를 나누어주었는데, 더운데 무슨 놈의 기도를 그리 오래하는지 자선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그 장면을 찍는 카메라까지 열 받았는지 찍히지도 닫히지도 않았다. 먹는 것도 사람만나는 것도 만사가 귀찮아 더위나 식힐 겸 '남대문사우나'에 갔다. 그 옆에 있는 니콘 AS센터부터 들렸는데, 카메라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건전지부터 빼 내었으면 렌즈가 닫혔을 텐데, 더위 먹었는지 상식적인 것조차 잊어버린 것이다.

 

접수대에서 수리비가 좀 많이 나올 것 같다며 며칠 기다리란다. 카메라를 맡기고 남대문사우나에서 에어컨 바람나오는 시원한 방에 드러누워 낮잠을 잤는데, 이보다 시원한 피서가 있겠는가? 사우나탕에서 너무 오래 있어 배가 고파 더 개길 수도 없었다. 식권으로 콩국수 한 그릇 마시고 방으로 올라갔더니, 방의 열기는 그때까지 식지 않았다.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옆방 종근이가 먼저 자리 잡아 끼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시원한 바람 씌며 내려다보는 동자동 야경은 쪽방의 비참함과 너무 대조적이다. 멀리는 남산터워가 보이고 가까운 LG건물은 늦은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은 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것만 요지경이 아니라 서울 풍경도 요지경이다.

 

▲ [사진=조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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