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조문호 앵글세상] 사는 게 힘들어도 사람이 좋다.

조문호 | 기사입력 2024/09/01 [06:57]

[조문호 앵글세상] 사는 게 힘들어도 사람이 좋다.

조문호 | 입력 : 2024/09/01 [06:57]

▲ 조문호 사진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조문호 앵글세상] 사는 게 힘들어도 사람이 좋다

 

 

오랜만에 사람 만나러 인사동 갔다. 인사동 밥이야기에서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인사동 사람들' 모임에 가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정복수 초상화를 전복하는 초상화 <生面不知 生面表識>전 뒤풀이를 겸한 자리라 작정하고 나섰다.

 

몸이 불편해 차를 끌고 갈수밖에 없었으니 술자리가 고문이 될 것은 보나 마나다. 녹번동부터 들려 정동지를 태워 갔는데, 도착하니 갑자기 소낙비가 쏟아졌다.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비를 맞아가며 정복수씨 초상화 전시가 열리는 나무화랑으로 갔는데, 전시장 입구에서 화가 박불똥씨를 만났다.

 

전시장에 올라가니 정복수씨를 비롯하여 김진하관장, 손기환, 최석태, 김제홍, 박불똥, 김이하, 유근오씨 등 십여 명이 전시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복수의 초상화를 전복하는 초상화전이 열리는 나무화랑 절반을 칸막이로 나누었는데, 입구 공간은 70년대 이래 제작한 정복수의 자화상이 전시되었고, 안쪽 공간은 이젤과 빈 캔버스 등 작업 도구들이 놓여 있었다.

 

정복수의 生面不知 生面表識전은 기존의 신체 해부도가 아니라 70년대 이후부터 그린 자화상이라, 작가의 또 다른 작업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청년 시절의 자화상이 많았는데, 하나같이 분노에 찬 모습으로 저항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한 달간 이곳 전시장에서 새로운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실을 겸한다.

 

초상화 신청을 받은 10명을 그리며 작가의 초상화도 그린단다. 작업이 마무리될 무렵에는 다양한 초상화가 전시장을 꾸미게 될 것 같다. 전시 작품과 함께 작업 현장까지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 아직 예정한 인원수에 미치지 못해 신청도 받는다고 한다.

 

가능하면 모르는 분보다 정 작가가 아는 분들이 신청 했으면 좋을 것 같다. 초상화의 개성이 드러나려면 아무래도 아는 분이 좋지 않겠는가? 전시장에서 내려오다 계단에서 황정수씨 내외를 만나 너무 반가웠다.

 

뒤풀이 겸 인사동 사람들 모임이 있는 밥이야기로 갔더니, 많은 분이 모여 있었다. 모임을 주도하는 조준영 시인을 비롯하여 이명희, 김수길, 유진오, 임헌갑, 한상진, 칡뫼김구, 장경호, 김민경, 전강호, 이봉희, 고옥룡, 이재민, 안원규, 강경석씨 등 성함 조차 기억나지 않는 반가운 분들이 좌석을 가득 메웠는데, 늦게는 전위예술가 성능경씨가 나타나기도 했다.

 

술을 마실 수 없어 콜라를 소주처럼 마셨는데, 옆자리 앉은 칡뫼 김구가 그날따라 수척해 보였다. 김구선생께서 요즘 나라 걱정을 너무 많이 해 몸이 말이 아니란다. 하기야! 요즘 정치판 돌아가는 것 보면 홧병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라를 지 꼴리는 대로 주물러 탄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데, 이젠 하다하다 별짓을 다 한다. 친일 본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광복절 행사를 눈앞에 두고 친일파를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앉히는 건 보수는 친일이라는 프레임으로 판을 가르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의도적으로 광복절 경축식을 눈앞에 두고 뇌관을 건드렸는데, 동네 양아치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역사관도 없는 저런 몰상식한 막가파를 대통령으로 두었으니, 어찌 열 받지 않겠나? 술자리마다 정신 나간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열 받아도 술 한 잔 마실 수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죄 없는 콜라만 홀짝홀짝 마셨더니, 배가 불러 더 마실 수도 없었다. 모처럼 반가운 분들을 만났는데, 볼 때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으로 만난다. 인사동은 변해도 인사동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 위안도 되었다. 이차도 안가고 줄행랑쳤지만,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사는 게 힘들어도 사람이 좋다.

정복수 초상전 만나러 나무화랑가자.

 

▲ [사진=조문호] 



 

 
  • 도배방지 이미지

심층기획
메인사진
주요 대기업 고용정체 현상 심화…신규채용 줄고 퇴직률도 감소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