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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플러스] “29년만의 LG우승은 오너 집안 내력? 상속분쟁은...

박주근 기자 | 기사입력 2023/11/15 [16:00]

[생생플러스] “29년만의 LG우승은 오너 집안 내력? 상속분쟁은...

박주근 기자 | 입력 : 2023/11/15 [16:00]

 

 

Q1. 지금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현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을 다시 하자며 소송을 냈다. 지난달 5일 LG가의 상속 분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던데, 다수 증거와 증언이 당일 공개됐나?

 

지난달 5일 있었던 첫 재판은 세 모녀에게 불리한 양상을 보였다.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경영지원부문장 사장이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지분을 전부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구 전 회장의 유지가 있었다는 것을 세 모녀가 인지했다는 증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범종 사장은 "망인께서 2017년 4월 1차 수술을 하기 이틀 전 본인을 불러 구광모 대표에게 차기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며 "이를 문서화해 다음날 찾아 뵙고 자필 서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협의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회장 측은 이날 구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이번 소송의 원고인 김영식 여사가 직접 서명한 동의서 등을 증거로 제출하고 3차에 걸친 상속 재산 분할 합의 과정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동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LG그룹의 프로야구단 LG트윈스가 29년만에 정규리그는 물론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이 구광모 회장과 유가족간에 진행중인 상속분쟁에서도 구 회장에게 상당히 유리한 소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법조계가 전망하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가족간에 진행중인 상속분쟁 2차 재판이 오는 16일 열린다.

 

Q2. 그럼 지난 2018년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이 별세한 후, 지금은 구광모 회장이 LG를 이끈 지 4년이 흘렀다. 그런데 왜 지금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소송전이 벌어진 건가? 

 

2018년 구 선대 회장 별세 이후 4년이 후인 지난해 7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씨 측으로부터 첫 내용증명 서류를 받았다. 이후 소장은 2월 말∼3월 초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접수됐다. 상속회복청구권이란 상속권이 없으면서도 사실상 상속의 효과를 보유한 사람(참칭상속인)에 대해 진정한 상속인이 상속의 효과를 회복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뒤늦게 소송이 불거진 것을 두고는 재계에선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별세 시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구 명예회장은 구 선대회장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12월 별세했다. 세 모녀가 상속 과정에 불만이 있었더라도 구 명예회장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전통을 거스르는 소송을 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구본준 회장은 LG그룹에 기여도가 높았음에도 LX로 계열 분리를 했다. “LG 오너가에서 집안의 전통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시 유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구 회장이 8.76%의 지분을 상속받았고 두 동생이 각각 ㈜LG 지분 2.01%(당시 약 3300억원), 0.51%(당시 약 830억원)를 상속받았다. 

 

Q3. 구본무 전 회장이 그룹 승계를 위해 지난 2004년 조카인 구광모 회장을 양 자로 들였다. 구광모 회장이 양자이기 때문에 벌어진 소송일까?

 

구 회장은 구본무 선대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구 선대 회장의 외아들이 1994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 승계를 위해 2004년 큰아버지의 양자로 입적됐다.  구본무 회장은 2년 후인 1996년 51세 나이에 자녀를 한명 더 얻는다. 이때 얻은 자녀가 막내 딸 구연수씨다. 이 때문에 구연경씨와 구연수씨는 20살에 가까운 나이차가 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어머니 김씨와 두 여동생과는 원래 큰어머니와 사촌지간이다. 원고 중 장녀 구 대표는 구 회장과는 동갑으로 한 달 정도 늦게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친자식이었다면 소송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Q4.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딸에게도 경영을 맡기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유독 LG는 딸들의 경영 참여가 드문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 모녀의 소송 제기로 LG가 여성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까?

 

범LG로 넓히면 LG가 딸들이 경영참여가 있다. 우선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딸인 구연제씨가 있다. 등판 무대는 LX그룹에서 설립을 추진 중인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로 언급되고 있다. 아워홈 그룹의 구지은 대표도 대표적 경영인이다. 

 

반면 구연경씨는 경영에 참여하려면 참여할 수 있었지만 본인의 의에 따라 복지재단 이사장을 한 것으로 안다. 

 

30대 그룹 내에서는 여성 CEO가 가장 많은 그룹이 LG그룹이다. 

 

Q5. 세 모녀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알고서 소송에 나섰다고 주장했는데, 이 부분이 법적 다툼에 있어서 중요한가?

 

이날 공개된 문서에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LG 주식을 모두 구광모 대표가 상속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문서도 있었고 여기에도 김영식 여사의 서명이 담겨 있다. 직계 자녀들이 아니라 장손인 구광모 대표가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 것에 동의할 만큼 김 여사가 LG의 승계 원칙을 잘 알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이 문서는 2019년 12월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에 작성됐기에 선대회장 별세 이후에도 LG가의 경영승계 원칙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하게 된다.

 

Q6. 세 모녀는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분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구광모 회장의 지분이 세 모녀에게 역전된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 괜찮을까?

 

이번 소송이 LG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세 모녀는 구 회장의 상속 재산을 법정 비율인 1.5(김 여사) 대 1(구광모 대표) 대 1(구연경 대표) 대 1(구연수 씨)로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 등은 올해 초 구광모 대표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김 여사 등의 요구대로 된다면 구광모 대표의 ㈜LG 지분은 15.95%에서 9.7%로 축소된다. 반면 세 모녀의 지분은 14.04%로 올라간다. 

 

엘지 지분은 구광모(45) 회장(15.95%) 등 특수관계인이 41.7%를 보유 중이다. 김씨와 딸 구연경(45) 엘지복지재단 대표와 구연수(27)씨는 각각 4.2%, 2.92%, 0.72%를 갖고 있다. 김씨와 딸들이 소송에서 100% 이긴다면 엘지 지분율이 각각 7.96%, 3.42%, 2.72%로 늘어난다. 다 합쳐도 14.1%로, 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크게 못미친다.

 

Q7. 그럼 LG그룹은 상속 과정에서 장자는 LG그룹을 이끌고, 형제들은 계열사를 분리 독립해 맡는 방식을 이어왔는데 세 모녀도 소송 결과에 따라서 일부 계열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을까?

 

가능성이 높지 않다. 

 

LG는 '손(孫)'이 많은 집안이다. 창업 1세대를 이은 2세대만 해도 47명에 달한다. 5대(代)까지 뻗어 내려간 범LG의 가계도를 A4용지 한 장에 그려 넣기는 어림도 없다. 형제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법 하지만 적어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LG에 통하지 않는다.

 

유교 집안 LG는 가풍이 엄격하다. 아들만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장자(長子)만이 경영권을 대물림할 수 있다. 딸은 철저하게 배제한다. 며느리도 예외일 수 없다. '반(半)자식'이라는 사위들도 그룹 경영과는 무관하다. '사위가 그룹에서 맡을 일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Q8. 70년이 넘는 동안 LG그룹 내에선 승계 분쟁이 한 번도 없었는데,이제 긴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 그룹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이제라도 범 LG가 어른들이 중재에 나설까?

 

LG 사람들은 “두분이 계셨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가족회의가 열리고 모두 결정에 따랐을 것이란 이야기다. LG를 떠난 범LG가 어른들은 아무래도 구본무, 구자경 선대 회장과 달리 말에 힘이 모자란다. LG그룹엔 장자가 그룹을 물려받으면 친족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분리 형태로 독립하는 전통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구 회장 취임 당시 구본준 부회장은 고문으로 물러난 뒤 계열분리한 LX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LS 등 범LG계열사 대부분이 이렇게 탄생했다.

 

기업 경영 경험이 부족한 LG가 여성들이 지금 당장 경영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집안 내 '백기사'를 내세워 구 회장을 위협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 구연경 대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주로 사회공헌활동을 했다. 구 대표의 남편은 미국 실리콘밸리를 근간으로 둔 사모펀드 운용사 블루런벤처스의 윤관 대표다.

 

Q9. 내일 16일 추가 변론이 이어진다. 지금 변호사 사임 이슈도 있는 상탠데. 내일 법적공방은 어떻게 예상하시나?

 

법조계에서는 세 모녀 측이 소송을 냈을 때부터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권리에 대한 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이 지난 데다 양측간 합의된 사항에 대한 무효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 등이다.

 

세 모녀는 상속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을 안지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이내에 해야만 하는 상속회복청구권을 구본무 전 회장이 작고한 2018년 5월20일 기준으로 5년이나 지나서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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