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이 무덤에 들국화 폈네 바람에 하늘대네 참말 예쁘게 . . . 스무살 전후에 써놓고 스스로 대단한 시라고 감격해 마지 않았던 두 줄 짜리 시. 곡을 붙여서 누군가에게 들려 준 일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군지는 이제 생각이 안 난다. 영영 잊었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이 시가 잠결에 떠오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일어나 앉았다.
이 시를 놓고 볼 때 스무살 전후의 나는 이 세상과 저세상의 경계에 있는 쓸쓸한 아름다움을 붙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후에 이어진 40 년 동안은 무엇을 붙들어 시를 썼는가? . . . 엊그제 떨어진 꽃잎이 빗물에 쓸려 간다 갠 날엔 그리 곱던 저 붉은 꽃 오늘은 안쓰러워 못 보겠네 . . . 달라진 게 없다. 건방지고 산만해졌을 뿐이다. 김군! 이제는 다른 것을 붙들어 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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