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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성 마이웨이] 작은 새가 우리 거실에 날아 들어왔다

김홍성 | 기사입력 2024/06/30 [13:13]

[김홍성 마이웨이] 작은 새가 우리 거실에 날아 들어왔다

김홍성 | 입력 : 2024/06/30 [13:13]

▲ 김홍성 시인, 작가 [사진=리더스인덱스]  ©


[김홍성 마이웨이]  작은 새가 우리 거실에 날아 들어왔다

 

 

자주 보는 새인데 이름은 모른다. 이 작은 새가 오늘 아침에 우리 거실에 날아 들어왔다.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서쪽 유리창에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순간에 알았다. 새는 창 밖 하늘을 향해 급히 날아가다가 유리창에 부리를 쳐 박은 충격으로 기절한 채 바닥에 떨어졌다. 

 

거실에는 우리 개 묵털이도 있었고 괭이 띰띰이도 있었다. 이 놈들은 새들을 곧잘 잡아 놓고 발로 건드려가면서 죽었나 살았나 보는 걸 놀이처럼 즐기는 놈들이어서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했다. 새를 가만히 들어서 일단 내 손바닥 위로 피신 시켰다. 

 

새는 잠시 후 정신을 차렸고, 내 손바닥 위에서 일어서긴 했는데, 부리를 다쳤는지 부리를 한껏 벌린 채 다시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먹물 같은 똥도 쌌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서 괴롭긴 했으나 좀 더 지켜보다가 내 손바닥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마당 저 쪽 개 집 위에 쌓아둔 모종 틀에 놓아줬더니 두 발로 틀을 움켜쥐었다. 잘하면 살아서 날아가겠구나 싶었다. 새가 좀 더 정신을 차릴 때까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다시 가봤을 때 새는 부리를 다물고 틀 위에 제대로 올라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날아오를 기미가 전혀 없었다. 좀 전에 유리창에 부딪친 충격 때문에 자기가 보는 것이 과연 하늘이라고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새야, 네가 지금 보는 것은 네가 날아다니던 허공이다. 유리창은 없다. 용기를 내서 날아 올라라.

이렇게 중얼중얼 응원해 준 뒤 기념 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찰칵 소리가 나자 새는 포르르르 건너편 숲을 향해 날아갔다. 😜

 

▲ [사진=김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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